은교

2012. 6. 7. 08:53



※ 다소의 스포일러 포함


먼저 도덕적으로 썩어빠진 제자

한 번은 해줬으면서 왜 두 번째는 안 되느냐는 잘못된 논리를 펼치는 제자

게다가 생각해보니 한 번은 해준거고 두 번째는 준게 아니라 훔친거지...

전혀 죄책감 없고 성공에 취해 그 성공의 원인이 되는 스승에게 몹쓸 말을 입에 담는 제자

성공이 삶에서 최고의 미덕이고 성공에 빠져 스승도 눈에 보이지 않고

낡은 국산 자동차에서 성공하자마자 BMW로 바꿔버리는 모습

세상에서 스승님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의 아이러니함


순수하고 활발한 젊음 덩어리 은교

소설이 아니라 러닝 타임이 한정된 영화라서 그런가 갑툭튀해서 개연성도 떨어지고...

사견이긴 하지만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손발이 오그라듦


이 영화를 보게 된 원인을 제공한 교수님이 신랄하게 비판했던 시인

그러나 교수님의 시각과 내 시각이 다르고, 한국 문단의 현실이 어떤지 무지한 나로써는 아직 다 알 수 없기에 그만큼 비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말하지 않는 침묵이 미덕인지, 나이가 있어서 그것이 살아가는 지혜인지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답답함을 주는 시인


알랑방귀를 뀌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위해 눈치를 맞추는데만 급급한 주변인물들

이기적이고 전혀 도덕적이지 못한 제자라는 캐릭터와 이런 주변인물들은 현대 사회가 이러해서 이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걸까?


"외로워서요."

은교가 말하는 외로워서는 나 나름대로 해석하면 

시인에 대한 연민(연민이라 해야하나 감정이라 해야하나 사랑이라 해야하나 뭐라 불러야 하나)에 대한 대리충족을 위해 계단을 내려간 것이 아닌가 싶은데

정확하게는 알 수 없고... 그러고 싶다고 내가 믿는 것인 것 같기도 하고...


엿보는 장면에서 들어간 희화적인 음악

그 외에도 음향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은데 저 장면에 들어간 배경음악이 너무 신파적이어서 다른 것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권선징악도 아니고 소심한 복수도 아닌 결말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일까? 내가 너무 도의적으로만 영화를 바라봐서 그런지 찾지 못한 것 같다.

정말 권선징악도 아니고 결말 아 아 어이가 없다.

그리고 제자가 그런식으로 되어버리면 영화 후에는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아쉬운 요절, 그가 그립다, 아까운 재능' 아 표현력이 딸려서 더 생각은 안나지만

여하튼 더 추앙받는 존재가 될 것인데 나는 두 시간 밖에 안 봤는데도 역겨운데 시인은 그 뒷날 사는 내내 역겨움에 시달리지 않을까?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한 구절

"너희가 노력으로 젊음이라는 갑옷을 입은 것이 아니듯, 나도 잘못을 저질러서 늙음이라는 옷을 입은 것이 아니다." 비슷한 문구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고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떻게 거울이 다 똑같은 거울일 수 있어?" 정도


영화를 보는 내내 전반적으로 도덕적이지 못함에서 오는 불쾌함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보통 다른 사람이 쓴 리뷰나 평도 좀 찾아보고 이런 글을 쓸 법도 한데

몇일 전에 본 초록물고기도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리뷰를 찾아 봤는지...

그러나 전혀 이 영화를 보고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특히 좋은 평은 보고싶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다.


시험기간에 공부를 안하니까 정말 별 글을 다 싸지르는 것 같다.


p.s. 공부가 하기 싫어서 리뷰를 좀 찾아봤는데 문제는 영화화였던 것 같다.

해리포터 영화가 해리포터 소설을 못 담아내는 것 처럼 러닝타임의 한계가 있는 영화로서는 모든 설명이 불가능하고 이미지만을 전달하다보니까

제자가 말한 "내가 얼마나 스승님을 존경하고 사랑했는데"라는 대사도 책에서는 충분히 그 노력이 드러나 있는 것 같지만

영화에서는 처음 한 5분 보여주는 게 전부다 보니까 내가 이해를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은교에 대한 질투같은 것도 책에서는 더 명확히 드러나는 것 같지만 영화에서는 은교가 너무 부각되면서 제자의 충분한 동기들이 설명 안 된 것 같아 아쉬운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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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cco102